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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돈사돈 성산점 내돈내산|성산일출봉 근처, 진짜 잘 구워주는 흑돼지

n년차 전문요원 2026. 1. 2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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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돈사돈 성산점 흑돼지 연탄구이

 

제주도는 관광지라서 그런지, 흑돼지 가격 때문인지 고기를 구워주는 식당이 유독 많다. 물론 직접 구워 먹어야 하는 곳도 있다.

7월에 갔던 고깃집은 초반에만 조금 구워주고 이후엔 직접 구워 먹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제주여행 1일차에는 숙소 직원의 추천으로 인근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세트 메뉴로 목살과 다른 부위가 함께 나왔는데, 목살은 비교적 부드러웠지만 뒤이어 나온 고기는 질기고 맛도 아쉬웠다. 기대했던 흑돼지의 느낌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여행 2일차에는 성산일출봉에 갔다. 이름은 일출봉이지만 저녁 시간에 방문했다. 사람 많은 걸 워낙 싫어하기도 했고, 이미 7월에 성산일출봉 근처 숙소에서 일출을 본 적이 있어서 굳이 새벽에 갈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석양이 정말 예뻤다. 일출만 예쁜 곳인 줄 알았는데, 일몰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제주 돈사돈 성산점 흑돼지 연탄구이

 

해가 금방 지고 근처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맛집을 검색했는데, 검색에 걸린 가게들은 주차장이 이미 만차였다. 근처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

 

우여곡절 끝에 주차를 마치고, 사람이 가장 없어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그때 가게 안에는 커플 한 팀만 식사 중이라 전체적으로 조용했다.

제주 돈사돈 성산점 흑돼지 연탄구이

 

전날 O산이라는 고깃집에서 테이블 간격이 너무 좁아,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의 소음 속에서 식사를 했던 터라,

이곳의 넓은 테이블 간격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가게 위생 상태도 깔끔해서 첫인상이 좋았다.

 

상차림은 군더더기 없이 단촐했다.

소금, 파채, 쌈장, 쌈무, 멜젓, 간장에 절인 양파, 상추, 고추 정도였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흑돼지 연탄구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제주 돈사돈 성산점 흑돼지 연탄구이

 

메뉴는 사장님 추천으로 주문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부위를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고기와 된장찌개, 밥, 콜라 두 병까지 해서 11만원이 조금 안 나왔던 것만 또렷하게 기억난다.

 

나는 평소 식당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고, 음식을 먹을 때도 간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식당 음식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편이다.

 

사장님이신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한 분이 고기를 직접 구워주셨다. 연탄불 위에서 고기를 계속 뒤집어 가며 골고루 익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 저렇게 계속 뒤집어야 안 타는구나’ 싶었다. 새로운 방법을 배운 느낌이었다.

제주 돈사돈 성산점 흑돼지 연탄구이

 

사장님이 한 점씩 앞접시에 올려주셔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고기를 입에 넣었다.

 

그 순간 바로 느껴졌다. 와, 정말 부드럽다.

부드럽다기보다는 야들야들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소고기도 아닌데 입에서 녹는 느낌이었다.

 

‘돼지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혹시 고기를 어딘가에 재웠나 싶었지만, 생고기 색깔은 너무 멀쩡했다. 그렇다면 이건 순전히 굽는 기술 때문이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같이 식사하던 가족들 모두 한입 먹자마자 “진짜 맛있다”는 말이 동시에 나왔다.

사람 수는 나까지 네 명뿐이었지만, 네 명 모두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라 만장일치로 맛있다는 말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족이지만 식성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전날 O산 고깃집에서 고기 두 점만 먹고 내려놓은 사람도 있었다. 고기에서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그것 역시 개인의 취향 문제일 것이다.

 

“사장님 고기 정말 잘 구우시네요.”

모두가 칭찬하자 사장님은 머쓱한 듯 웃으셨다.

정말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말이 딱 맞았다. 연륜은 속일 수가 없다.

손님이 많을 때는 이렇게 다 구워드리지 못하는데, 오늘은 손님이 없어서 끝까지 다 구워주시겠다고 하셨다. 뜻밖의 횡재였다.

 

네 명이 옹기종기 앉아 사장님의 집게만 바라보며 고기를 기다렸다. 연탄구이다 보니 고기가 익는 속도보다 우리가 먹는 속도가 더 빨랐다. 중간에 찌개와 밥을 시켜 먹었지만, 맛있게 구워질 고기를 기다리는 젓가락들은 갈 곳을 잃은 작은 영혼 같았다.

제주 돈사돈 성산점 흑돼지 연탄구이

 

사장님이 고기 부위에 대한 설명과 굽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시며 식사가 이어졌고, 거의 다 먹어갈 즈음 가족 단체 손님이 들어왔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입구로 나와 다음에 또 오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그때 가게 입구에 ‘네이버 리뷰 없는 가게’라는 문구가 있었던 것 같다. 다른 가게들처럼 리뷰를 조건으로 음료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진짜 맛집이라는 설명도 함께 적혀 있었다.

 

호기심에 바로 블로그 검색을 해봤는데, 정말이었다. 블로그 글도 많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흔히 보이는 홍보성 맛집 글도 거의 없었다. 이번 제주여행에서 가장 큰 수확이었다.

 

초등학생 조카는 제주도에서 말 탄 것보다, 귤 따기 체험보다, 제주에서 가장 좋았던 게 돈사돈 성산점 고기였다고 했다. 고기 먹으러 또 오고 싶다고 한다.

그 말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아마 반년쯤 뒤에 다시 제주 여행을 하게 될 것 같은데, 그때는 여행의 시작과 끝을 돈사돈 성산점으로 정했다.

돈사돈 성산점 정보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등용로 13-1

전화번호: 064-782-7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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