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조금 특이한 숙제가 있었다. 신문 사설을 읽고 글쓴이의 의견에 반박하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한 편이었지만, 방학이면 세 편으로 늘어났다. 방학중에는 분량이 많다보니 사설 원본이 아닌 복사본을 붙여도 허용됐다. 그래서 반이 다른 친구들과 도서관에 모여 각자 맡은 분량을 복사하고, 반박하는 내용도 서로 비슷하게 베껴 쓰곤 했다. 어떻게든 숙제를 빨리 끝내려는 나름의 협업이었다. 그렇게 3년 동안 사설을 읽은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원래 언어 쪽에 소질이 조금 있었던 걸까. 교과서 내용을 요약하는 숙제를 검사받을 때면 명료하게 정리했다는 칭찬을 받곤 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국어 선생님이 갑자기 받아쓰기 시험을 보셨다. 어려운 단어와 띄어쓰기가 섞인 시험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