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카이 대지진, 한반도도 안전지대 아니다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일본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지진을 ‘남의 일’로 여깁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가 12년 만에 수정한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확률은 우리에게도 결코 가볍게 넘길 소식이 아닙니다.
이전에는 ‘80%’라는 단일 수치가 제시되었으나, 이번에는 ‘60~90% 이상’과 ‘20~50%’라는 두 가지 모델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방재 차원에서는 더 높은 수치를 참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의미는 단순합니다. “언제든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난카이 지진은 시즈오카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까지 이어지는 해역에서 발생하며 규모 8~9에 달하는 초대형 지진입니다.
일본 정부는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약 3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단순한 건물 붕괴 피해가 아니라, 쓰나미, 화재, 원전 불안, 국제 물류 차질까지 동반되는 복합 재난입니다.
한반도도 흔들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서 지진이 나도 한국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경고합니다.
규모 8.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1000km 떨어진 지역의 고층 건물까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으로 1000km 떨어진 방콕의 고층 건물이 붕괴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진의 규모가 커질수록 저주파 에너지가 장거리로 전파되는데, 이는 초고층 건물에 특히 취약합니다. 규모 9.0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한다면, 한반도에서도 30cm 이상의 진동이 감지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습니다.
서울과 부산 등에는 1940년대 난카이 지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수많은 초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습니다. 이는 곧,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지진 전조’
저는 개인적으로 지진이 발생하기 직전에만 느껴지는 특유의 소리와 촉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새벽에 잠을 자다가 이유 없이 눈이 떠진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불쾌하고 기묘한 감각이 먼저 다가왔고, 몇 초 후 건물이 뒤틀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실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그 소리는 단순히 진동이 아니라, 건물 내부가 비틀리며 마찰하는 듯한 독특한 울림이었습니다.
본가에서는 내진 설계가 잘 되어 있었는지 같은 상황에서 건물 뒤틀림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불길한 감각만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건물이 흔들리지 않아도 몸과 귀가 먼저 반응하는 듯했죠. 두 번이나 같은 경험을 하니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일상 속 민감한 청각
저는 평상시에도 청각이 남들보다 예민합니다. 고층에 살지만 저층 외부에서 통화하는 소리까지 들리고, 아랫층 이웃이 짐 정리하는 쿵쿵거림이 크게 느껴집니다. 이런 민감함은 때로는 생활 속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사용중인 AI 보이의 새 에디터 보이스를 들어봤는데, 다른 사람들은 잘 못 느낄 미세한 떨림이나 벽에 부딪히는 듯한 울림이 제 귀에는 크게 거슬렸습니다.
여성 보이스뿐만 아니라 남성 보이스에서도 동일하게 불편했으며, 속도를 늦춰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때 “이건 정말 내 귀만의 문제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희미하게는 느끼지만 나만 강하게 반응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동물적 본능일까, 덜 진화된 걸까
저는 때때로 스스로를 두고 “사람보다 동물에 가까운 감각을 가진 게 아닐까?”, “내가 덜 진화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진화가 덜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균보다 남아 있는 생존 본능의 감각이 강한 것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동물들이 지진이나 기상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것처럼, 일부 사람들은 후각, 청각, 촉각이 더 발달해 위험을 더 빨리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불편할 때도 많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생존 신호가 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두려움보다 대비
난카이 대지진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역시 지리적으로, 구조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대비책을 강조합니다.
- 일본과의 공동 연구 확대
- 국내 내진 설계 점검 강화
- 지진 시뮬레이션 훈련 강화
저처럼 민감한 감각으로 지진 전조를 체감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중요한 건 개인의 직감이 아니라 사회적 대비 시스템입니다.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경고는 불안의 메시지가 아니라 준비의 신호입니다.
평소에는 작은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만, 위기 앞에서는 생존을 위한 본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두려움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대비가 곧 생존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